한정환 2018년 11월 02일

삼국통일 후 병기와 투기를 매장한 깊은 산골, 그곳은?
경주 무장사지 삼층석탑,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를 찾아가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맑은 너무 청명한 가을 날씨입니다. 지난 10월 24일 경주 가을 명소 중 하나인 무장봉 억새군락지를 다녀 오기 위해, 잠시 들른 곳이 바로 경주 무장사지 삼층석탑입니다. 모두들 주변 단풍과 억새군락지(관련기사 : http://omn.kr/1biuw)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여기 있는 문화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 길목에 있으면서도 사람들 발길이 뜸한 곳입니다.

암곡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2.4km 지점에 있는 무장사지 삼층석탑은 등산로 길목에서 오른쪽으로 150m 떨어진 깊숙한 골짜기에 위치해 있습니다. 나무숲에 가려 얼핏 보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은폐가 되어 있으나, 현장에 가면 가을 단풍과 어울려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입니다.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병기와 투구를 매장한 곳이라는 뜻으로 ‘무장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즉 병기가 필요 없는 평화스러운 시대를 열겠다는 문무왕의 결연한 의지가 이 절을 창건하는데 큰 힘이 되었고, 또한 절 안에 삼층석탑을 세우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보물 제126호로 지정된 경주 무장사지 삼층석탑도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양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밑돌을 2단으로 만들어 그 위로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3층으로 쌓아 올린 모습인데, 밑돌 위층에는 코끼리 눈을 형상화하여 새긴 안상(眼像)을 면마다 조각한 게 특이합니다.

각층마다 몸돌이 있는데 아래층 몸돌은 크고, 위로 갈수록 점점 작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게 균형을 맞춘 모습입니다. 지붕돌 모습은 모서리 부분이 살짝 들어 올려진 모습인데 조금 경쾌한 느낌을 줍니다. 단풍이 무르익을 11월 초순경에 가면 주변 경관과 어울려 더 아름답게 보이는 곳입니다.

무장사지 삼층석탑에서 언덕 위로 30m 정도 올라가면 보물 제125호로 지정된 경주 무장사지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가 보입니다. 한 곳에 보물이 두 군데나 있는 특이한 곳입니다. 무장사지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는 신라 제39대 소성왕의 왕비인 계화부인이 죽은 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아미타불상을 만들면서 그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비라고 합니다.

1915년 무장사지 주변에서 발견된 떨어져 나간 비석 파편에서, 글을 통해 ‘무장사아미타조상사적비’임이 밝혀져 이곳이 무장사가 있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무장사는 신라 제38대 원성왕의 부친인 효양이 그의 숙부를 추모하여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이 석비는 머릿돌이 있는 국보 제25호인 태종무열왕릉비 이후 보기 드물게 발견되어 머릿돌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귀중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경주 무장사지 아미타불 조상사적비에 대한 문화재청 기록입니다.
비는 전체적으로 파손되어 비몸돌은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고, 현재 절터에는 부서진 비받침과 비의 머릿돌만이 떨어진 채로 남아 있다. 비받침은 얼굴형상을 알 수 없으나 2좌로 구성된 점이 특이하다. 등 중앙에 마련된 잘려진 비좌(碑座)는 비몸을 직접 끼워두는 곳으로 사각형이며, 네 면에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을 조각하였다. 잘려진 머릿돌에는 용이 구름속에서 앞발로 여의주를 잡고 있는 조각이 있고, 왼쪽 면에는 금석학자인 추사 김정희의 조사기가 별도로 기록되어 있다.

무장사지가 있는 암곡은 깊은 산골짜기의 안쪽 마을, 어두운 마을이란 뜻에서 암실 또는 암곡이라 부릅니다. 등산로는 넓고 올라가기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등산객들이 많이 모이는 억새 철을 제외하고는 골짜기가 깊어 혼자서 등산하기는 조금 부담이 되는 곳입니다.

몇 해 전 기자도 혼자 문화재 답사를 갔다가 무장사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멧돼지 소리에 놀라 급하게 하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무장봉 등산은 단풍과 정상에 있는 억새군락지가 장관을 이루며 등산객들이 많이 모일 때, 가족들이나 단체로 모임을 만들어 가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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