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21 2019년 04월 26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들판의 밭담 길을 걷다가 까만 돌담에 걸려있는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물 아래 삼 년, 물 우이 삼 년' 언젠가 <숨비소리>(이성은 사진집)라는 책에서 읽고 사진과 함께 깊은 인상을 받았던 문구다. 과거 육지 여성들에게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다. 돌담엔 이외에도 제주도 해녀들의 어록과 삶속에서 생겨난 옛 속담이 걸려 있었다.

‘좀년 애기 나 사을이믄 물에 든다’ (해녀는 아기 난 후 사흘이면 물질하러 바다에 들어간다)
'여자로 나느니 쉐로 나주‘ (여자로 태어 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다)라는 말은 애잔했고, ‘돌고망(돌과 돌 사이의 구멍)으로 보이는 바당은 꼭 그림 답쑤다’, ‘아이고, 게, 저기 돌고망에 핀 꽃 봅서’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돌담에 걸린 글귀를 보며 걷다, 문득 해녀들의 삶이 담겨있는 글귀들이 바닷가에 있지 않고 왜 마을 밭 돌담에 걸려있을까 궁금해졌다. 이 길을 걷다 만난 해녀박물관(구좌읍 하도리)에서 그 뜻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 해녀는 겨울에도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하다가도, 철따라 먹거리 수확을 위해 농사일도 해야 했던 농부이기도 했단다. 제주도 해녀의 삶은 2016년 12월 1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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