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늘샘 2019년 06월 04일

그리스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유최늘샘의 세계방랑기 29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겠어?"
그리스 도착, 화난 개떼와의 캠핑

북마케도니아 게브겔리아에서 그리스 에브조노이로,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걸어다니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양쪽 모두에서 경찰 검문을 받았다. 그리스 국경통제소는 북마케도니아측과 달리 유럽연합 가입국임을 광고하는 팻말이 많았다.

지도만 보고 한 시간 넘게 걸어간 기차역은 승객이 적어서 화물열차밖에 다니지 않았다. 허무하게 왔던 길을 다시 걸을 때, 배낭은 더욱 무거워진다. 종종 승용차와 경찰차가 오갈 뿐 시골길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몇 킬로마다 나타나는 마을들에는 예쁘게 장식된 집이 많았지만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덩치 크고 눈이 시뻘건 개들이 달려와 물어뜯을 듯 짖어댔다. 말도 표정도 안 통하니 무서워서 소름이 돋았다. 개를 마주칠 때마다 멀찍이 돌아갔다.
다른 나라에도 거리의 개가 많지만 이렇게 공격적인 경우는 없었다. 밥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배가 고픈 걸까. 그리스의 개들이 원래 난폭할 리는 없으니, 아마도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이리라. 그리스에 대한 첫인상이 어두워졌다.

국경 경찰이 없는 곳, 그리고 텐트를 칠 만한 마을로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한적한 시골인데도 차들은 쌩쌩 지나가기만 했다. 차에 치인 커다란 고슴도치 사체가 많아서 마음이 더 무거웠다. 몇 년 전 뉴스에서 봤던 그리스 경제 위기의 영향이, 시골 개들을 굶주리게 하고 히치하이킹도 어렵게 만든 게 아닐까, 엉뚱한 추측을 할 때쯤 드디어 차가 멈춰섰다.

(사진. 나를 따라다니며 물어뜯을 듯 짖어댔던 그리스 에브조노이 마을의 개)

지친 나그네를 살려준 친절한 막달레나 씨는 생존 그리스어 몇 마디를 가르쳐주고 인근 도시 폴리카스트로 터미널에 나를 내려주었다. 멀리 구름에 가린 산 이름을 물었더니 '올림푸스' 라 했다. '책에 나오는 그 올림푸스? 신들이 산다는 그 산?' 하고 다시 물었다. 벌판에 우뚝 선 올림푸스의 모습은 특별할 것 없는, 한국의 여느 산과 똑같은 모습이라 오히려 놀라웠다.

"그리스에는 이런 작은 마을들이 엄청나게 많이 이어져 있어. 젊은이들 상당수가 서유럽으로 가서 시골에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해."

"에브가니스또! 무지 무지 고마워요. 막달레나."

대도시 데살로니키행 버스 가격을 알아보고, 외곽 잔디밭에 텐트를 쳤다. 여행 중 날씨 운이 좋은 편이라 텐트를 칠 때는 부슬비도 그쳤다. 주변에 개가 없는지 분명 확인을 했건만, 밤이 되자 개떼들이 텐트 주변에 다가와 미친 듯 짖었다. 혹시 공격 당하면 텐트에 불이라도 붙여야지 싶어서 종이 조각과 라이터를 주머니에 챙겼다.

천만다행히 개들은 주변에서 영역 다툼을 할 뿐 텐트와 나를 물어뜯진 않았다. 참다 참다 오줌을 누러 텐트 밖으로 나가는 순간은 얼마나 두려웠던가. 저기 올림푸스산의 신들이여, 개들로부터 나를 지켜주소서.

새벽 내내 내린 비는 결국 텐트 안에 고였다. 엉거주춤 겨우겨우 텐트를 접고 아침 식량을 섭취한 뒤 버스를 탔다. 마침내 도착한 숙소 창문 손잡이에 젖은 텐트를 걸고 말리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데살로니키는 동유럽 보다 물가가 비싸 하루 숙박비가 10유로였다. 만삼천 원 아끼자고 밤새 개떼와 비에 시달리다니, 이게 무슨 바보짓인지. 나는 나를 좀더 보살피며 여행해야한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진짜 올림푸스산은 남쪽으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옛 그리스인들이 올림푸스로 부르던 산은 터키와 키프로스에도 있다. 막달레나 씨가 알려준 산의 현재 이름은 파이코였다.

(개떼들 사이에서 생존한 텐트와 올림푸스로도 불리는 파이코 Paiko 산)

그리스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청년들

그리스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바다와 육로를 통해 도착하는 첫 유럽대륙이자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이다.

* 모이 분량 제한으로 인해 전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게재합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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