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늘샘 2019년 06월 05일

난민들의 길, 터키
유최늘샘의 세계방랑기 30
(표제사진.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갈라타 다리에서 바라본 모스크 전경)

실크로드 종착역, 융합의 땅 터키

문자 그대로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도시 이스탄불. 흑해와 마르마라해가 이어지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경계로 서쪽은 유럽, 동쪽은 아시아다. 유럽연합 후보국인 터키 전체를 유럽으로 볼 수도 있고, 더 동쪽인 캅카스 지역까지 유럽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오랫동안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1000년 동안 동로마 정교회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였고, 이후 500년 동안 이슬람교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곳. 중국 장안에서 시작되는 실크로드와, 파리에서 출발하는 오리엔트특급열차의 종착역. 1800만 인구의 거대도시답게 사기와 위험을 조심하라는 경고도 많았다. 묵직한 이력들 때문에 도시로 들어서는 마음이 특별했다.

1461년, 오스만 튀르크 제국 때부터 550년 넘게 이어져 온 그랜드 바자(큰 시장)에는 한국의 깻잎과 비슷한 반찬, 강정과 같은 맛의 과자를 팔았다. 군밤과 군옥수수 노점도 흔했다. 세계는 넓고도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언덕이 많고 노을이 고운 도시에서 1일 1케밥 슈왈라를 먹으며 닷새 동안 도보로 여행한 뒤, 북마케도니아 호스텔에서 함께 일한 동료 할릿의 고향, '오래된 도시' 라는 뜻의 에스키셰히르로 이동했다.

할릿은 동유럽 여행 중이었지만 그의 여자친구 멜리사의 소개로 아파트 앞집 친구 무스타파의 소파에서 이틀을 지낼 수 있었다. 무스타파는 청소년기에 터키로 유학을 온 아프가니스탄 사람으로, 대학 졸업 후 피자가게 운영을 준비 중이었다.
내가 배운 첫 번째 아프가니스탄 말은 '마나나' 이다. 바나나와 비슷해 외우기 쉬운 이 말은 '고맙다' 는 뜻이다. 어떤 나라에 가든 주로 이 말을 제일 먼저 배우고 가장 많이 말하게 된다.
"마나나! 무스타파, 멜리사, 할릿!"

아름다운 말(馬)들의 땅 카파도키아

기이한 지형 위로 떠오르는 알록달록 열기구로 유명한 터키 중부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는 페르시아 말로 '아름다운 말들이 사는 땅' 을 뜻한다. 삼백만 년 전 폭발한 에르시예스 화산의 재가 굳어 부드러운 응회암 지대가 만들어졌고, 그곳에 굴을 파고 살던 사람들이 수많은 지하도시와 동굴 교회를 남겼다.
일인당 200달러가 넘는다는 열기구를 타지는 못해도 보고는 싶었는데, 머무는 5일 내내 비와 눈이 내려 열기구는 뜨지 않았다.

떠나는 날 아침, 숙소 창밖으로 언뜻 풍선이 스쳐 지나갔다. 마침내 열기구가 뜬 것이다. 맑은 하늘에 수백 개의 풍선들. 하지만 풍선들은 속속 땅으로 내려오는 중이었다. 날씨만 좋으면 종일 뜨는 줄 알았는데 열기구는 동틀녘 한 시간 동안에 한꺼번에 떳다 내려오는 것이었다.

터키 동부 반호수로 가는 기차는 일주일에 두 대 뿐이라 하루 더 머물 수도 없었다. 게다가 하늘은 다시 흐려지고 있었고 숙소 주인은 이윤이 적다고 말하며 갑자기 도미토리 가격을 5유로에서 8유로로 올렸다. 아쉬움을 안고 떠날 시간이었다. 잠시나마 그 유명한 풍선들을 봤으니 기적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카파도키아의 도시 카이세리 기차역에서 헝가리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을 다시 만났다. 짜이(차) 한 잔을 마시며 한 시간 남짓, 편안한 모국어로 두런두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멀어져 가는 가족을 보며, 나는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인지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카이세리에서 터키 최대의 호수 반 Van 까지, 횡단 열차를 타고 열일곱 시간이 걸렸다. 불편한 좌석에서도 허리를 깊이 숙여 기도를 올리는 옆자리 승객을 보며, 해질녘 서글퍼지는 내 마음을 다독였다.
한 밤 중에 기차가 갑자기 멈춰서 놀랐는데 뒷자리 청년이 스마트폰으로 영어 단어를 찾더니 '철도 업그레이드 공사'를 한다고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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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터키 #조지아 #아프가니스탄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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