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앉고 여름 장마가 시작될 무렵이면 피는 꽃이 있습니다. 여름비가 내리고 그 비를 맞으며 어디론가 걷고 싶다면 지리산 아래 구만저수지로 가보십시요. 거기엔 수 천 송이 연꽃이 맑게 피어 찾아오는 당신을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연꽃의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온 몸에 생기가 돌고 자신도 모르게 꽃과 화답하며 싱긋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안개에 쌓인 지리산 준령이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구례 산동면 구만 저수지 연꽃방죽, '사는 것 별 것 없다, 너도 꽃이니 연꽃처럼 피어나라!' 어떤 극락세계의 가르침을 얻은듯 황홀한 해방감을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꽃에는 다툼이 없습니다.
꽃은 서로에게 시기도 불평도 없습니다.
먼저 핀 꽃은 먼저 피여 예쁘고 나중꽃은 기다림과 여지를 주기에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큰 것은 큰 것으로, 작은 것은 작은 모양새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며 피어나고 있습니다.

물방울 맺힌 잎새 위로 떨어져 내린 꽃의 최후를 보면서도 슬픈 생각이 들지 아니함은 그 모양 또한 지극히 자연스럽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때를 알아 떨어져 내렸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꽃은 어울려 핍니다.
어울려 피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어떤 것은 붉게, 어떤 꽃은 하얗게, 어떤 것은 보라빛으로 피어 색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있는 연꽃을 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펴고 한방울의 비도 피하려 했던
지극히 이기적이었던 자신을 봅니다. 저렇게 온 몸으로 젖으려 했는가! 저렇게 온 몸을 다해 던져 봤는가!?

마른자리만 찾아 다녔습니다.
내 탓임에도 남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면서 인척 말만 앞섰습니다.
머리속으로만 생각했고 행동하지 못했습니다.
허물이 많음에도 위장하며 자신을 과시했습니다.

맑은 미소로 답해주는 연꽃 밭을 걸으며,
안개 가득한 지리산을 보며, 왜 연꽃이 빨리 피기를
그렇게나 기다렸는지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어떤 갈급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답답함, 초조감, 갈급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 자리로 돌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떠나온 그 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자리였는지 무언의 미소로 깨우쳐주는 연꽃, 여행은 이래서, 떠남은 이래서 좋습니다. 더군다나 지리산 보며 피어있는 연꽃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지리산 아래, 구만 저수지 연꽃은 나 같이 갈급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만저수지 연꽃방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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