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늘샘 2019년 08월 20일

여행자의 블랙홀, 이집트 '다합민국' 에서
유최늘샘의 세계방랑기 33 사막의 끝 푸른 바다, 다합
세켐 공동체에서의 보름

위성지도로 본 이집트는 특이했다. 노란색 땅 가운데 초록색 선 하나가 남북으로 이어진다. 노랑은 세계 최대 사하라 사막이며, 초록은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강이다. 강을 따라 형성된 오아시스 주변에서 이집트 인구의 90퍼센트가 살고 있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되는 백나일과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하는 청나일은 수단에서 만난 뒤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에 이른다.
북부 카이로에서 남부 룩소르까지 기차로 열두 시간이 걸린다. 예전에는 외국인에게 고급 침대칸 티켓만 팔았다고 한다. 일반기차는 위험하다며 사라진 규칙을 지키려는 역무원들이 있어서,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일반 티켓을 살 수 있었다. 이집트를 여행하는 내 소식을 들은 친구가 카이로 인근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지인을 소개해주었다. 수단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카이로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사회적 기업 세켐은 1977년 이집트인 이브라힘 아볼레시 박사가 사막에서 생물역동 농법을 시작하며 설립됐다. 공정무역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하며, 유기농 제약, 식품, 섬유 분야에서 2천 명의 직원이 일한다. 운영진과 교육자 수십 명이 회사 안에 집을 짓고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우나나 씨는 세켐에서 춤 수업을 진행하고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나는 영어가 짧아서 공동체에서의 의사소통이 걱정됐지만 마침 영상 촬영과 편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여행 중에 다가온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열두 시간 기차 정도야 나일강 풍경을 즐기며 졸다 보면 금방이다. 카이로 지하철 종점에서 마이크로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나서야 공동체에 도착했다. 보름을 머물며, 세계 각국의 청년과 사회 활동가들이 함께할 행사를 위한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이집트 사회적 기업의 모습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비자 연장 실패, 무작정 다합행

공동체에서 지내는 동안 마침내 라마단이 끝났고, 이집트 비자 기간도 만료됐다. 에너지가 생기자 이집트 여행 초반에 포기했던 '여행자의 블랙홀' 다합에 가고 싶어졌다. 비자 연장을 한 뒤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었다. 이집트 비자 만료와 연장에 대해서 떠도는 경험담은 많았지만 공식적인 정보가 없었다. 만료 후 2주 동안은 문제가 없다는 소문이 많았고, 하루 지났는데 벌금을 냈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본보기로 잘못 걸려 유치장 신세를 졌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 달이 지났는데 아무 문제 없이 출국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럴 땐 직접 부딪혀 볼 수 밖에 없다.

이른 아침 카이로 정부종합청사를 찾았다. 문을 열기 전인데도 사람들이 백 미터가 넘는 줄을 서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건물에서, 물어 물어 첫 번째 창구를 찾고, 다시 줄을 서서 도장을 받고, 세 번째 창구에서 한참을 기다린 뒤 마주한 사무원은 "다른 서류!" 라는 말만 반복하며 내가 준비한 네 가지 서류를 반려했다. 나와 똑같은 서류를 준비한 유럽인 두 명은 문제 없이 비자 연장을 성공했다. 그들은 절망한 나를 안쓰러워하며 불확실한 조언을 해주었다. "내일 깔끔한 옷 입고 와서 다시 시도해 봐." 아무래도 나는,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무원에게 찍힌 것 같았다. 거주지 등록증이나 숙소 서류를 요구하는 것 같아서 묵고 있는 호스텔에 전화를 했지만 숙소 주인은 아무 서류도 줄 수 없다며 "별 세 개나 네 개 짜리 호텔" 에 가서 묵으라고 했다.

똑같은 서류인데 왜 나만 반려하는지, 정확히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그 서류는 왜 저가 숙소가 아닌 고급 호텔에서만 발급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모이 분량 제한으로 인해 전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게재합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

#세계일주 #아프리카종단 #이집트 #다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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