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나라 수단 횡단
유최늘샘의 세계방랑기 34
"비이슬람 사회에는 '이슬람 포비아'가 있잖아"

세계 10대 혹서 지역 와디할파

스무 시간의 나일강 항해 끝에 마침내 '북수단' 의 최북단 국경 마을 와디할파에 닿았다. 오랜 남북 갈등 끝에 2011년 국민투표에서 99.8 퍼센트의 찬성으로 남수단이 독립했지만, 북수단의 공식 명칭은 여전히 '수단' 이다.
2019년 4월, 반독재 시위로 인한 30년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의 종식과 뒤이은 군부의 집권, 6월의 시위대 학살 사건 때문인지 대부분의 아프리카 종단 여행자들은 수단을 건너뛰고 에티오피아나 케냐행 비행기를 탔다. 나일강을 건너는 수단행 페리에 외국인은 나와 대만인 자전거 여행자 둘뿐이었다. 혹시 이집트 체류 기간 초과가 문제 되지 않을까, 수단 국경 통제소를 통과할 때까지 마음을 졸였다. 낡은 페리 3등실에서 함께 밤을 보낸 알라 Alla 씨의 가족이 항구에서 마을까지 가는 승합트럭 차비를 대신 내주었다.

수단의 화폐 이름은 '수단 파운드' 다. 이집트,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역시 영국 식민지 시절의 화폐 이름 '파운드' 또는 '실링' 을 그대로 쓰고 있다. 르완다, 말리, 콩고 등 프랑스 식민지였던 나라들은 '프랑' 을 사용한다.
국경 환전상에게 2422 이집트 파운드(한화 17만 원)를 9690 수단 파운드(26만 원)로 환전했다. 수단 화폐의 가치가 낮은지, 환전상은 지폐 뭉텅이들을 고무줄로 묶어 비닐봉지에 보관했다. 지갑과 복대에 넣을 수 있는 부피가 아니어서 나도 환전한 지폐를 봉지에 담았다. 1 이집트 파운드의 공식 환율은 2.7 수단 파운드인데, 실제 환율은 1 대 4였다. 국경에서는 보통 환전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데, 수단에서는 공식 환율 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으니 이익을 본 기분이었다. 공식 환율과 실제 환율이 왜 그렇게 다른지 이해할 수가 없고 복잡하게 느껴졌다. 돈 때문에 일희일비하는 건 서글프지만, 이집트 돈을 넉넉히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ATM에서 공식 환율으로 수단 돈을 출금했다면 크게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와디할파 국경의 환전상. 지갑에 넣을 수 없는 지폐 뭉텅이들)

와디할파는 푸르른 나무를 보기 힘든 사막 마을이다. 2012년 '포린폴리시' 가 선정한 '세계 10대 혹서 지역' 중 하나로 최고 기온 52.8도를 기록했다. 지인들이 위험하다고 주의를 주는 수단에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아서 수도 카르툼행 버스를 찾아 터미널에 갔다. 수단에는 야간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1000킬로미터 떨어진 카르툼으로 가는 버스는 매일 새벽 3시에 딱 한 번 출발했다. 어쩔 수 없이 와디할파에서 하루를 묵어야했다. 더위를 식혀줄 망고주스를 마시다가 모하르 알타엡 Mohal Altayeb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듣는 단어가 뒷통수를 쳤다. 모든 차별적인 공포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이집트에서 오는 배에 외국인이 거의 없던데요. 수단 사람들은 이집트에 주로 뭐하러 가나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어. 피라미드 같은 유적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고, 엔지니어로 일하러 가는 사람들도 많고. 나는 친구들과 사업을 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야."
"수단이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던데 요즘은 괜찮아요? 아라비아에 대해서 미디어는 주로 위험하다고 말하고, 그래서 여행을 오기 어려운 것 같아요."
"비이슬람 사람들에게는 '이슬람 포비아(공포증)' 가 있잖아. 하지만 이슬람은 위험한 종교가 아니야. 수단 사람들은 남을 속이지 않고 친절해. 수단에서 행복하길 바랄게."

텅 빈 방에 침대만 몇 개 놓여진 숙소는 40 수단 파운드(10 이집트 파운드=한화 700원). 캄보디아 씨엠립의 1 달러 야외 숙소와 조지아 트빌리시의 1.5 유로 도미토리 보다 저렴했다.
너무 더워서 선풍기는 무용지물, 해가 지자 사람들은 하나둘 방 밖으로 침대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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