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만난 노상강도
유최늘샘의 세계방랑기 35
"아프리카 여행은 왠지 아플 것 같아요. 몸이든 마음이든..."

미니버스의 콩나물들

"이 기계에 지문 안 찍어도 되나요?"
"지금 컴퓨터를 켤 수가 없어. 또 정전이거든. 언제 전기가 들어올지 몰라. 그냥 가."

국경 통제소의 정전 덕에 간단히 도장만 받고 에티오피아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식용유가 귀한 걸까, 사람들은 감자나 토마토 자루를 메고 수단에 가더니 커다란 식용유통을 가져왔다. 수단 국경에서부터 이것저것 필요 없는 조언을 하며 따라붙은 사람은 걱정했던대로 호객꾼이었다. 정류장의 미니버스에 오르자 친절했던 표정을 싹 바꾸며 200비르(한화 8000원) 을 요구했다. 필요 없다는데 계속 따라와 놓고 돈을 달라니, 나라별 국경별로 사기 수법은 참 다양하다. 어쩔 수 없이 25비르(1000원) 를 줬는데, 너무 적다며 지폐를 찢어 버렸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한 설렘이 싹 사그라들었다.

예맨 출신 사업가 아흐메드 씨와 함께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중간 지점, 바히르다르로 가는 미니버스를 탔다. 짐칸을 없애고 좌석을 늘린 승합차에, 세 명 앉을 좌석에 네 명을 태우고, 다섯 명을 밀어넣어도 누구 하나 항의 한 마디 없었다. 꼼짝달싹 못한 채로 열두 시간을 이동했다. 허리와 무릎을 펼 수 없어 온몸이 저렸다. 시루 속 콩나물이 된 기분, 움직일 수 없는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에티오피아 미니버스에 비하면 과테말라의 치킨버스는 널찍한 편이었고, 브라질과 터키에서의 스물일곱 시간 대형버스도 그럭저럭 탈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흐메드 씨는 고통을 잊기 위해서인지 끊임없이 '까트(Khat)' 라는 환각 식물을 씹었다. 나에게 까트 잎사귀는 아무런 치유의 효과가 없었다.

아프리카는 크게 사하라 사막 이북과 이남으로 나뉜다. 이집트, 수단의 사막지대가 끝나고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가 펼쳐졌다. 세계 최고 밀도의 승합차가 산길을 빙빙 도니 멀미까지 찾아왔다. 한 사람 두 사람, 차장에게 봉지를 받아 토하기 시작했다. 우기 답게 종일 폭우도 쏟아져, 버스 지붕에 묶어둔 배낭이 다 젖었다. 일 년 넘게 여행하며 '집에 돌아가고 싶다' 는 생각을 한 적이 별로 없는데, 불현듯 편안한 집과 따듯한 친지들이 그리웠다. 하지만 곧, 나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고, 친지들이 늘 따듯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와중에 에티오피아 사람들 대부분은 평생 이런 버스를 타고 다닐 것이고, 불편함의 기준도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통 또한 여행의 맛이며 다양한 사회 문화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공포의 에티오피아 초고밀도 미니버스는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절대 다시 타고 싶지 않다.

(좁디 좁은 에티오피아 미니버스)

가난의 땅, 가난의 풍경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여행자일 때가 좋았던 듯 해요. 아프리카는 아직 갈 생각이 없어요. 왠지 아플 것 같아서요. 몸이든 마음이든..."

페루 티티카카에서 만난 여행자 이동지 씨의 얘기처럼, 에티오피아 북서부를 지나는 동안 몸도 힘들었지만 마음도 아팠다. 몸의 피곤은 자고 나면 사라지는데 마음의 아픔은 기억 속에 자리잡는다. 듬성듬성 나무 벽을 세우고 짚으로 덮은 집들은 폭우 속에 쓰러질 듯 했고, 전기도 수도도 신발도 없는지 맨발의 아이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었다. 처마 밑에 가만히 선 가족들은 몸을 움츠리고 하염없이 도로에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하는 일인당 GDP 는 흔히 국가의 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일인당 GDP가 가장 많은 룩셈부르크는 112850달러, 29위인 남한은 31940달러, 168위인 에티오피아는 853달러다. 약 200개 국가 중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들 대부분이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하고 있다. 수만 달러, 몇 백 달러라는 돈의 수치로 사람과 사회의 삶을 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 모이 분량 제한으로 인해 전체기사는 오마이뉴스에 게재합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아프리카종단 #세계일주 #에티오피아 #해외안전여행

모이 팔로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