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최늘샘 2019년 10월 08일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무장 강도
유최늘샘의 세계방랑기 37
무기를 녹여 악기를, 욕설 말고 노래를, 폭력이 아닌 평화를

극단의 공포, 칼 든 강도를 만나다

에티오피아 북동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화산 에르타 알레와 형형색색의 유황지대 댈롤, 해수면으로부터 102미터 아래에 위치한 아프레라 소금호수가 있는 다나킬 저지대에서 2박 3일을 머물렀다. 대중교통이 없는 곳이라 여행사의 투어를 이용해야만 했다. 마실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듯한 땅은 마치 영화에서 본 외계의 행성같이 기이했다. 그 무덥고 황량한 곳에서도 광부들과 원주민 아파르인들은 소금을 채굴하고 염소를 기르며 살아가고 있었다.

남한에 사는 누이 신은실 씨가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소식을 전해 주었다. 7월 25일 공지된 에티오피아 '남부국가민족(SNNPR)주' 치안 유의 안내문은, 자치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시다마족(族)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 십 명이 목숨을 잃었고 아와사 주정부가 연방정부에 치안관리를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 국경 모얄레까지는 약 800킬로미터. 직행 버스는 없고, 아와사, 딜라, 이르가체페(예가체프), 야벨로 등을 지나 2박 3일을 가야하는 거리다. 가능하면 육로로 아프리카를 종단하고 싶었고, 비행기는 너무 비쌌기에, 며칠을 고민하다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터미널 주변의 사람이 많은 곳에서만 머물며 최대한 조심해서 이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나처럼 육로로 이동하는 한국인 여행자 정대호 씨를 만나, 케냐 나이로비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멀어질수록 도로를 오가는 승용차는 줄어들고 군인과 경찰의 검문이 잦아졌지만 별다른 위험은 없었다. 남부국가민족주의 주도(主都) 아와사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 우리는 숙소에 가방을 놓고 호수를 구경하러 나섰다. 저렴한 에티오피아 인기 음료 아보카도 주스로 배를 든든하게 하고 호수와 도시 전경을 보기 위해 타보르 Tabor 언덕 공원을 향해 걸었다. 모처럼 파란 하늘이 선명한 날씨여서 기분이 좋았다. 언덕 곳곳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도 있었다. 한없이 평화로운 대낮이었다.

(강도를 당하기 직전, 아와사 타보르 공원의 푸른 하늘)

오르막길에 들어서는데 한 청년이 따라오길래 길을 비켜 주었다. 또 다른 청년이 따라와서 길을 비켜주며, '현지 청년들은 걸음이 빠르네' 하고 생각했다. 앞서 걷던 청년이 바지 밑단에서 뭔가를 꺼내기에, 주머니가 터져 흘러내린 핸드폰인 줄 알았다. 그 순간, 뒤따라 온 또다른 청년 두 명이 내 백팩과 크로스백을 거칠게 잡아챘다. 눈 깜짝할 새였다. 바지 밑단에서 꺼낸 것은 흘러내린 핸드폰이 아니라 커다란 칼이였고, 네 명의 건장한 청년들은 우리를 표적으로 삼고 따라붙은 무장 강도였다.

차와 행인이 오가는 도로로부터 불과 40미터 거리, 나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노! 노!" 라고 고함을 지르며 도로쪽으로 몸을 던졌지만 두 강도가 가방끈을 부여잡고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풀숲으로 잡아당겼다. 백팩 지퍼가 찢어지고, 물건들이 내 몸과 함께 흙바닥을 뒹굴었다. 한 명은 등 뒤에서 가방과 팔을 잡고 한 명은 눈 앞에 날선 칼을 들이밀며 "머니! 핸드폰!" 이라고 속삭이며 협박했다. 그야말로 죽을 고비, 인생 최대의 공포였다.
‘아오, 또 스마트폰을 뺏기면 이 아프리카 어디에서 다시 사고, 익숙하게 사용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까. 폰 속에 저장된 사진과 자료들은 어쩌나. 그래도 스마트폰이랑 돈 때문에 칼에 찔려 죽을 수는 없지...’

몇 초 만에 온갖 판단과 욕설이 뇌리를 스쳤다. 뿌리치고 도망가기에는 강도들의 완력이 너무 강했다. 돈이 적게 든 지갑부터 내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 모이 분량 제한으로 인해 전체기사는 오마이뉴스에 개재합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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