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딜레마살이 7킬로 정도 쪘다. 성년이 된 이후 최저 몸무게를 아이 낳고 경신했다. 그러다 이제야 적당히 살이 붙은 것이다. 마흔에 첫 출산을 한, 호기심 넘치는 세 살 남아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육아는 체력과 기운이 8할이므로 이 정도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팬티가 꽉 낀다는 것이다. 이참에 사각팬티로 갈아 타보자 싶어 며칠 생각날 때마다 검색을 했다. 원래부터도 속옷은 면100%만 입는데 삼각팬티는 쉽게 구해지지만 사각팬티는 순면으로 된 것이 드물었다.

그도 그럴것이 사각팬티의 관건은 허벅지 부분이 밀려 올라가지 않도록 딱 고정되게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면으로는 부족하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기능을 더한 섬유가 들어가 줘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의류가 면이나 모직 대신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으로 제조되는데, 둘 다 플라스틱이다.
「지구에 대한 의무」/스티븐 부라니 외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옷을 세탁하면서 나온 것이다.
「플라스틱 없는 삶」/윌 맥컬럼

☞물질의 위계질서는 폐기되었다. 단 하나의 물질(플라스틱)이 모든 물질을 대체한다.(중략) 훨씬 유연한 동시에 다루기 쉽고 대체된 물질보다 엄청나게 저렴하고 가볍다는 플라스틱만의 독특한 특성은 세계 경제가 폐기 중심의 소비문화로 이동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지구에 대한 의무」/스티븐 부라니 외


얼마전 읽은 환경책에서 봤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는 플라스틱이라는 것, 바다 속 미세 플라스틱의 3분의1은 우리가 세탁할 때 나오는 섬유에 기인한다는 것. 플라스틱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섬유가 플라스틱이라는 건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

하여, 나는 순면 사각팬티를 시험삼아 딱 한 장 샀다. 역시나 밀려 올라가는게 문제다. 하루종일 신경쓰며 잡고 끌어내린다. 이건 안되겠다. 다시 검색한다. 길이를 5부 정도로 좀 더 길게 만들어 밀려 올라가는 문제를 해결했다는 홍보 문구를 보고 순면 사각팬티를 다시 주문한다. 이번에도 실패다. 면 특성상 잠깐만 입어도 쭉쭉 늘어나 몸에 고정되지 않고 여전히 올라간다. 이건 집에서 반바지 처럼 입고 지낸다.

고민이 된다.
타협하고 나일론으로 만든 기능성 사각팬티를 살 것인가? 타협하지 않고 순면 사각팬티를 입고 연신 잡고 끌어 내릴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꽉 끼는 삼각팬티를 계속 입을 것인가?

결론은 이렇게 났다.
"이래도 될까" 싶게 큰 사이즈의 순면 삼각 팬티를 사보자!
"나랑 같은 사이즈 입는데?"라고 놀리는 남편의 말을 가볍게 넘긴 채 두 사이즈 큰 팬티를 샀다. 결과는 놀랍게도 나한테 딱 맞았다는 것.(이제는 팬티 사이즈에 대한 딜레마를 시작할 때인가)

팬티 문제는 일단락이 났다. 섬유의 조성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자 내 옷장에 걸린 옷들이 못마땅해진다. 옷 뿐이랴. 폴리에스테르 100프로짜리 기능성 이불도 있다. 심지어 큰맘 먹고 비싸게 주고 산 것이다. 당장 내다 버리진 않으련다. 오래 입고 쓰되 세탁 횟수를 줄이는 것으로 일말의 죄책감과 미약한 뿌듯함을 공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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