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승 2020년 12월 21일

한 해를 보내며 수심 가득했으나 애써 의연하고자 하던 사람들과 눈물 나는 사연을 되돌아봅니다.눈물 가득했던 얼굴 중에는 류명희 여사님도 있습니다. 집이 물에 잠겨 세간살이를 잃고 홀몸으로 빠져나와 구호소와 친구네 집을 전전하며 80여 일을 보내다가 공설운동장 한 쪽에 마련된 임시주택 8호에 겨우 입주한 섬진장 수해 피해민입니다.

본인이 피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봉사와 나눔 현장을 빠짐없이 돌면서 뭇국을 끓이고 김장을 하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경 투쟁 날이나 대외 행사 날에는 버스에 몸을 싣고 어디든 함께해주신 우리에게는 천사 같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런 그녀가 장터 네거리에 서서 호떡을 굽고 있습니다. 하루에 700개, 종일토록 서서 구워야 하는 양입니다. 식사할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중노동을 수해를 입은 지인의 사정이 안타까워 관절통 무릎을 부여잡고 봉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아놓은 돈은 없지만, 반짝반짝 빛나던 세간살이를 모두 잃어버렸지만 따뜻한 이웃이 있기에, 아직은 건강하기에, 그녀를 닮은 가슴 넓은 아들이 있기에 '이만하면 됐다!'는 바보 같은 그녀입니다.

어찌 그렇게도 눈물 많은 사람들은 다 바보 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수 없는 바보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따뜻한 온정과 진정한 사랑을 느낀 날들이었습니다.

섬진강은 아픔을 남겼지만, 그보다 큰 선물도 주었습니다. 사람, 옆에 있는 사람, 같이 울어주는 사람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구례장터 네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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